최근 콘크리트 건물 옥상을 '초록지붕'(그린루프)으로 탈바꿈시키는 옥상녹화가 국내에서도 활발해지고 있다.
옥상녹화는 도심에 인간이 파괴한 자연의 생태 기능을 복원하는 의미를 가질 뿐 아니라 도시화에서 비롯된 열섬 현상이나 대기오염을 줄여 준다. 경관이 아름다워지고 도시민들에게 쉴 공간이 생기는 건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다. 옥상녹화를 개인 정원이나 꾸미는 차원이 아니라 공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왜 옥상녹화인가 = 옥상녹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1960년대 후반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도로가 들어서면서 자연의 생태 기능이 파괴된 데 대한 반성이었다. 비가 내리면 토양과 식물이 빗물을 머금었다가 서서히 증발시키고, 이 속에서 미생물과 동식물의 생명 활동이 이뤄지는데, 도시화로 물순환 구조가 끊기고 생태 기능이 사라진 건 당연한 결과였다. 인공열 등으로 도심 기온이 크게 높아지는 열섬 현상과 홍수 등 심각한 환경 문제도 배경이 됐다. 그러나 실제로 옥상녹화가 본격화한 것은 80년대 중반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 김현수 수석연구원은 "자연의 생태 기능을 살려야겠는데, 지상엔 공간이 없다 보니 건물 옥상이 대안이 된 것"이라며 "옥상녹화는 쉬는 공간이 아니라 생물이 살아가는 공간을 만든다는 점에서 조경과 다르다"고 말했다.
◇옥상녹화사업 순서
◆국내 현주소는 = 국내에는 건기연이 96년 옥상녹화 시스템 연구를 시작하면서 옥상녹화 개념이 도입됐다. 이후 90년대 말 서울대 환경대학원 양병이 교수 등이 옥상녹화연구회를 결성했고, 2003년에는 한국인공지반녹화라는 사단법인까지 만들어졌다.
국내 첫 옥상녹화 사례로는 2000년 4월 분당신도시 경동보일러 사옥 옥상에서 문을 연 '하늘공원21'이 꼽힌다. 한때 4만여명이 찾았을 정도로 명소로 떠올랐는데, 지금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하늘공원21이 인위적인 관리가 필요한 중량형인 데 비해 2000년 12월 덕수궁 옆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옥상에 조성된 '초록뜰'은 경량형으로 자생적 생태 기능이 보장된 첫 사례다. 경량형은 특별한 관리가 필요없고 비교적 오래된 건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옥상녹화는 2002년 서울시가 민간시설에 공사비의 50%까지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유치원과 학교, 병원 등으로 확산돼 서울에서만 30여곳에 이른다. 지자체 중에는 경기 안산시와 서울 중구청도 옥상녹화 사업을 활발하게 펴오고 있다. 하지만 유럽이나 일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옥상녹화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도 국내엔 한국도시녹화 에코텍 한국CCR 등 손꼽을 정도인데, 일본에는 100여개나 된다.
◆활성화 방안 = 전문가들은 옥상녹화를 활성화하려면 일반인의 인식 전환과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하늘공원21 조성작업에 참여한 도시비오톱연구센터 김철민 대표는 "하늘공원21을 만들 때 건물주를 설득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을 정도로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면서 "아이들이 친환경 공간에서 자라나야 친환경 도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옥상녹화는 사회가 파괴한 생태 기능을 개인소유의 건물 옥상을 빌려 복원하는 것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주거나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전체 건물 부지 중에서 생태 기능이 확보된 땅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주는 생태기반지표를 활용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 세계일보/박희준 기자 july1st@segye.com >

옥상녹화 설계/시공 전문회사 : 조경디자인유토 02)381-8321